[전무후무한 판결: 재산분할청구 완전 기각]
이혼소송에서 재산분할청구가 완전히 기각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특히 혼인기간이 10년 이상인 부부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전무후무한 판결이 나온 걸까요?
사건의 특이점: 철저했던 부부의 재산 관리
이 사건의 부부는 조금 특이하게 재산을 관리했습니다.
10년이 넘는 혼인기간 동안 '내 돈은 내 돈, 네 돈은 네 돈'이라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죠.
부부 공동의 생활비는 매월 각자 200만원씩 공동통장에 입금하여 관리했습니다.
마치 하숙생, 룸메이트처럼 살았다고 할까요?
공과금과 장보기 등 모든 지출을 이 공동통장에서 처리했고, 매달 정산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철저한 재산 관리는 나중에 소송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세 번의 협의이혼 시도와 그 의미
부부는 이혼을 결정하기까지 총 세 번의 협의이혼을 시도했습니다.
매번 협의이혼을 논의할 때마다 놀라울 정도로 세세한 정산이 이루어졌습니다.
심지어 전세자금 대출 이자까지 1원 단위로 계산했죠.
이런 꼼꼼한 정산 기록들이 나중에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습니다.
쟁점: 20억 상승한 아파트 가치
소송의 핵심은 남편이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던 아파트였습니다.
이 아파트는 혼인기간 동안 20억 원이나 가치가 상승했죠.
아내 측은 이 가치 상승분에 대해 10억 원의 재산분할을 청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특유재산'이라도 10년 이상의 혼인기간에서는 어느 정도 재산분할이 인정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남편 측 대리인인 저조차도 재산분할청구가 완전히 기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죠.
승소 전략: 과거의 합의를 입증하다
저희는 남편 측 대리인으로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첫째, 세 차례의 협의이혼 과정에서 이미 재산분할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둘째, 특유재산에 대해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
그리고 이전의 정산 과정이 현재 소송에도 이어진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러한 주장은 법리적으로 약한 주장이었습니다.
협의이혼으로 이어지지 않은 합의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는 15차례나 서면을 제출하며 의뢰인과 상대방 사이에 있던 그동안의 합의와 정산내역을 치열하게 입증했습니다.
일반적인 이혼소송의 3배가 넘는 서면을 제출한 것입니다.
[판결의 의미]
그리고 판결 결과는 매우 이례적으로, 상대방의 재산분할청구를 완전히 기각시켰습니다.
부부가 극도로 철저하게 재산을 정산해 온 점, 그리고 그 증거가 명확했던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아마 부부 사이에 자녀가 있었다면, 특히 어머니가 양육권을 가져갔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이 사례는 이혼소송에서 철저한 증거 수집과 입증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습니다.